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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렌 R1

Darkness_218

[수용(收容)]






“위험한 것은 따로 모아서 격리시켜두는 것이 가장 좋은 법이지.”



이게 무슨 바보 같은 소리인가. 위험물질은 모아두면 언제 터질지 모른다고 하는 게 정상이 아닌가. 블렌은 들려오는 헛소리에 차마 반박도 하지 못하고 밀려오는 두통에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군단장들의 회의가 이 모양 이 꼴이라니. 사람들이 덜덜 떠는 검은 마법사의 군대도 내부에서 들여다보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그러니 블렌, 놈들을 모아둔 4소대를 네가 맡길 바란다.”

“……저보고 다 맡아라, 이 말입니까?”

“소대장 급 정도로는 녀석들을 어찌 할 수 없는 거 같으니까.”



현재 회의 내용은 각 소대에 있는 ‘미친놈들’에 관해서. 항상 사고를 몰고 다니고 소대의 대장 말은 귓등으로 안 듣는 녀석들은 이미 잘 알려진 골칫거리였다. 한… 일주일 전쯤이었던가.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었고, 그 폭발이 그 폭발이 미친놈 중 한 명의 소행이라는 것을 직접 밝히기도 전에 12소대 소대장이 와서 더 이상 못 해먹겠다고 우는 소리를 냈던 게. 그 자를 보면서 불쌍하다고 혀를 차고 연민을 느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자신이 영락없이 그 꼴이 되게 생겼으니 이게 무슨 일인가.

4소대 자체를 없애버리고 거기에 소수의 새로운 인원을 넣어 구성하는 것만큼 인원 이동에 상당히 타격이 있었을 것 같지만, 자기 소대에 미친놈이 나간다는 것만으로도 4개의 소대는 기뻐하고 있으니 그런 건 신경 쓰지 말라는 말에 블렌은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했다.



“저는……”

“검은 마법사님의 뜻이다.”



저 말까지 나왔으면 더 이상 반박을 할 수가 없다. 검은 마법사의 뜻이라니 따를 수밖에, 별 수 있겠는가. 블렌은 더욱 밀려오는 두통에 결국 관자놀이를 문지르는 것도 멈추었고 알았다는 말을 한 후 그 미친놈들의 정보 서류를 부탁하였다. 서류를 가져다준 것은 오르카 쪽이었다. 남의 불행이 그리도 즐거운 듯 얼굴에 웃음을 가득 띠운 오르카의 신나는 표정을 애써 외면하면서 블렌은 종이를 넘겼다.



「12소대. 카에리안」

「20소대. 렌실베르아」

「34소대. 인세이논」

「29소대. 루브레니아」



블렌은 종이를 한 번씩 넘겨서 본 후에 다시 제일 앞에 있는 종이에 위치한 유독 익숙한 이름을 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카에리안. 카에리안. 이 익숙한 이름이 사고를 치는 걸 몇 번을 들었던가. 폭발, 소대 내 싸움, 독극물 제조, 분위기 흐림 등등…….

이 소대는 그래도 나름 세계를 삼키려는 악당에 속해있는데…… 그 소대에서 이런 이유로 미친놈들을 분류하여서 한 곳에 밀어 넣는 짓을 하고 있다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어때? 괜찮을 것 같아?”



경쾌하게 웃음을 터뜨리는 오르카에게 무표정한 얼굴을 한 번 보인 후에 블렌은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물었다. 미친놈들 소대라지만 정상 한 명 정도는 넣어주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 말에 팔랑, 종이를 한 장 건네주는 손에 블렌은 그것을 받아들였다.



「3소대. 루그네르」



루그네르라면 이쪽도 많이 들어본 이름이지. 앞에서 보았던 녀석들처럼 사고를 치는 타입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쪽으로 나있는 소문은 아니었다. 전쟁에서 이름을 날리는 편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가끔 스쳐보았던 루그네르를 생각하면 아주 몹쓸 녀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아무리 몹쓸 놈이어도 미친놈들을 혼자서 관리하는 것보다 정신 나간 짓이라는 판단은 없을 것이다.



“블렌. ‘4소대’ 녀석들을 모아뒀다. 가보도록 해.”



벌써 4소대라는 무리 속에 엮어버리는 건가. 블렌은 먼저 자리에 일어서면서 4소대의 숙소 쪽으로 향했다. 심지어, 한 곳에 묵어야한다니. 미친놈들을 엮어두는 수용소를 만들면서 왜 소대 번호를 4씩이나 준 걸까. 한 54번쯤을 줘도 이상하지 않을 것을 말이다. 이것을 포함해서 많은 의문점들은 후에 차차 알게 되겠지. 문을 열면서 블렌은 안에서 자신을 맞이할 사람들을 생각했지만 블렌의 앞에는 난장판이 된 풍경만이 펼쳐져있었다. 아, 아아… 벌써 무기를 휘두르고 있다니……. 잠시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을 반겨주는 것은 그냥 사람이 아니라 미친놈들이라는 것을.



“군단장님!!!!!!!! 정말로 보고 싶었어요!”

“헤에? 저쪽이 새로운 소대장?”



먼저 달려드는 카에리안을 저지시키고 블렌은 찬찬히 구성원들을 살펴보았다. 전부 자료에 붙어있던 사진의 인물과 동일했다. 긴 머리의 청초한 느낌의 중성적인 남자, 20소대의 렌실베르아. 생글 생글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 사내, 34소대의 인세이논. 경이감이 가득 찬 눈을 하고 있는 남자, 12소대의 카에리안. 냉정한 표정이지만 위협이 될 것 같지는 않은 소녀, 29소대의 루브레니아.

이미 한 바탕 저지른 후라서 먼지가 풀풀 날리는 곳에 서 있는 4명의 남녀는 굉장히 정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래, 미친놈들이어도 까보기 전에는 모른다는 것이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블렌은 잠시 멈추었던 두통이 다시 밀려오는 느낌에 관자놀이를 짚었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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